2013.01.07
친구 할머니 병문안을 갔더니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가 생각났다.
할머니와 친구의 모습은 소박한 시트콤을 보는 듯 했다. 한편으로, 군대를 이틀 앞두고 암이 악화되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있는 친구의 마음이 느껴졌다.
가정의 상황이 평범한 상황이 아니다. 친구 집에 놀러갈 때마다 직감적으로 느꼈었지만, 입대 날에 혼자 떠나야 한다고 했다. 나는 친구 자존심에 상처를 내지 않기 위해, 친구의 아픈 부분을 먼저 묻지 않고 친구가 직접 말할 수 있도록 기다리는 편이다.
고모가 하시는 음식점에서 영양전골을 먹었는데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광화문 근처에 가면 대접하고 싶은 맛이다. 맛있게 식사를 하고 경복궁을 들렀다. 추억이 많은 곳, 아직도 누군가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곳, 저 담벼락 뒤에 숨어있을 것 같은 곳이다.
그 장소에 또 추억을 남긴다.
월요일 출근 때문에 새벽에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같이 있다 보니까 약간 보수적인 편인 나도 도저히 그렇게는 못하겠다. 친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월요일이 되고 친구와 인사를 하고 한길이랑 빈집에 있었다.
군대가는 놈이 방 정리 하나도 안하고 가서, 대충 정리를 해 놓고 설거지를 해 놓고 집 앞 해장국집으로 갔다. 밥을 먹으면서 친구와 있었던 일들을 생각했다.
하나둘 떠나기 시작한 것이 이제 막바지에 다 달았다는 것을 느꼈다.
작년에 친구를 보낼 때는 우글우글 하던 것이 지금은 다 모여도 세명이 된다.
피곤하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친구 마음을 덜 적적하게 해주었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든다.
이제 우리 다 군대에 가고 나면 다같이 모이는 날은 2년 후쯤이 되는 건가...
이제 전화 오는 군인이 또 한 명 늘었구나, 이제 곧 친구들이 휴가를 나오는데 짜식들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내가 군대 가는 날에 나는 어떤 느낌일까, 또 곁에는 누가 있을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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